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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꼴찌인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 0.78명의 의미는?

harincess 2023. 2. 27. 00:45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이자, 전세계에서도 홍콩 0.75명을 제외한 꼴찌라는 소식이 들려왔죠.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이렇게 문제가 되는지 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합계 출산율의 정의부터 알아보고 넘어갈게요. 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은 한 여성이 평생에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총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보통 15세 이상의 여성 인구를 대상으로 계산하며, 출산 가능한 여성의 수와 출산률을 기반으로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합계 출산율이 2.0이라면, 한 여성이 살아 있는 동안 평균적으로 2명의 아이를 낳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리고 이 지표가 2.1 이상인 경우, 인구가 자연 증가하고 있거나 최소한 유지될 수 있는 수치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에 2.1 미만인 경우, 사실 상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0.78이면 어느정도 심각한 수치인지 알 수 있습니다.

 

OECD 주요국의 합계 출산율<그림 출처 : https://wimg.mk.co.kr>

합계 출산율은 인구 통계학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이는 출산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인구가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출산율이 낮은 나라일수록 인구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예상됩니다. 따라서 정부나 국제기구에서는 합계 출산율을 예측하고 개선하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합게 출산율이 큰 이슈가 되는지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좀 자세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현재와 미래 <출처 : 통계청 공식홈페이지>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는 5,150만명, 2070년에는 3,760만명입니다. 약 50년 뒤에 벌어질 일이고, 정부와 언론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보다 덜 심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만, 바로 아래 파란색 박스로 표기해 놓은 부분을 보시면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보다 2070년에는 생산연령, 청년, 청소년 인구 등 모든 젊음의 지표에서 반토막 이하입니다. 우측 그래프에서 자세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인구 5,000만이 깨지는 약 2040년부터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달리는 걸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합계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주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합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 상승: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면서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증대시키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결혼 및 출산 등의 선택권이 확대되었고, 직장에서 일하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전통사회에서는 결혼과 출산, 육아가 여성의 주요 사회적 역할로 제한되었으나, 이제는 여성의 지위 상승으로 다양한 자아실현의 기회가 주어져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교육 수준 상승: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여성들은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스스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들은 일과 성공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 출산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출산의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불임과 유산의 확률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노산의 우려로 아예 결혼과 출산을 인생의 목표에서 배제시키기도 합니다.
  3. 도시화 및 현대화: 도시화 및 현대화는 가족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지방과 다르게 가족의 역할과 의미가 원래의 의미와 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반시설, 일자리, 문화 등의 인프라와 서비스가 더 잘 갖추어져 있어, 아이를 낳고 가정에 충실하기 보다 나 자신의 자아실현 및 욕구 해소에 삶의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많으며  이로 인해 출산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4. 복지 제도의 확대: 복지 제도가 확대되면, 결혼과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서로에게 의지하던 전통적 고리의 힘이 약해지고 대신 정부나 사회에 기대어 살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정부가 최소한의 노후의 삶을 보장하기 때문에 자식이나 친척에게 기대어 살 필요가 없고, 출산을 통한 가족을 구성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선진국에서는 합계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특히 대한민국에서 가속화되는 있는데 출산율의 하락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이기에 이토록 난리일까요?

 

 

 

출산율의 하락은 국가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기본적으로 국가는 경제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고, 경제 성장의 전제는 인구의 증가입니다. 출산율이 증가하면 인구가 증가하고, 인구가 증가하면 내수 시장의 활성화로 경제적 발전에 도움을 주고, 경제가 발전하면 일자리가 늘어 노동 인구가 늘어나고, 노동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가구의 소득이 증대된다는 이야기이므로 다시 경제가 발전하게 되는 순환의 톱니바퀴를 돌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출산율이 감소하게 되면 감소는 노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노동 인구의 감소는 기업의 생산성 저하, 일자리 부족, 경제 성장의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산율의 감소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인구 고령화 비율이 증가하게 되는데, 인구 고령화는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입니다. 이는 노인의 건강 보조비 및 노후연금 등의 사회 복지 지출이 증가하게 되어 국가의 사회 복지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고령화에 따른 경제 성장률 전망 <그림 출처 : https://newsimg.sedaily.com>

 

따라서, 출산율의 하락은 국가 경제 및 사회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출산율 증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떤 분들은 인구가 감소하는 게 그렇게 큰 문제인지 모르는 분들도 계십니다. 좁은 나라에서 적은 인구로도 경쟁력있는 국가가 되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하십니다. 예를 들어 스위스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일 텐데요.  이 두나라에서도 최근 출산율이 하락하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 중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20%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와도 크게 다르진 않은데요.문제는 출산율 하락의 속도인데요. 2020년 기준 스위스의 합계 출산율은 1.46명, 네덜란드의 합계 출산율은 1.56명입니다. 완만한 감소 추세로 진행된다고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 감소에 준비할 시간이 더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부터는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왜 이렇게 낮고, 도대체 어떤 현실이 실제 부담스러운지 직접 아이를 키우는 입장으로 제가 개인적 시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1. 주거와 교육 문제 : 아이를 낳으면 육아 관련 용품이 집안 살림의 많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아이를 더 낳을수록 당연히 더 넓고 쾌적하고 아이가 뛰어놀 수 있을 만한 공간이 마련된 집이면 좋겠죠. 그럼 이사를 가면 되는데, 이왕 이사를 갈 바에야 아이가 안전하고 수준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은 건 부모라면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그런 곳은 집값도 비싸고 교육 물가도 비쌉니다. 그럼 돈을 좀 더 모아야 합니다.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당연히 또 출산을 미루거나 배제할 수밖에 없겠죠? 악순환입니다. 주거와 교육 문제를 살펴보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2. 여전히 불편한 시각과 근무환경 : 현 직장인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요. 한창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20~30대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관료제에 가까운 사회생활에서 최하위 또는 중간층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한참 일해야 할 나이라고들 하죠. 일도 하라 하고, 아이도 키우라 하는데 몸이 두 개도 아니고 도대체 어쩌란 겁니까? 중간관리자나 간부는 50대 이상이 대부분인데, 이 분들이 육아를 바라보는 인식에서 세대 차가 너무 큽니다.  아이를 키우는 사회적인 분위기, 예를 들어 남성의 육아 참여라든지, 조부모의 돌봄, 육아 정보 등 완전히 다른 시대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현재 부모들의 고충을 제대로 알아주는 상사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아이는 생각보다 자주 아픈데요, 그 때마다 병원에 간다고 조퇴나 연차를 쓰게 되면 "아이는 원래 아프면서 크는 거야!"라고들 하시죠. 출산을 위해 제왕절개를 하는 와이프를 둔 제가 법적으로 보장하는 출산휴가 10일을 쓰겠다고 하면 "잘 쉬다와"라고 하십니다. 조금 바꿔 보겠습니다. "아이는 원래 아프면서 크는 거야!" 는 "아이 하나 키우면서 조금만 아파도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라는 핀잔으로 들리고, "잘 쉬다와"는 "여자가 애 낳는데 남자가 할 일이 뭐가 있어?" 라고 비꼬는 것처럼 들리죠. 제가 속이 베베 꼬여 좋은 말도 나쁘게 들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만큼 눈치가 많이 보인다는 이야깁니다.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지만 특히 연고없는 곳에 직장생활 하면서 아이를 잠시라도 맡길 곳 없는 부부들은 갑작스런 야근과 비상근무, 또는 순서대로 돌아오는 당숙직이 닥치면 못한다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그러 눈치껏 알아서 "자알~"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이는 원활한 양육의 시간을 확보하는데 많은 눈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똑같이 힘들게 키운 부모들조차도 직장에서 아이 때문에 혹시라도 업무 부탁이라도 하려고 하면, "너만 힘들어? 나도 힘들게 키웠어"라는 눈치는 우리 부부만 받은 건 아닐 겁니다. 칼퇴 후 육아는 필수적입니다. 1분 1초라도 빨리 시작해야 아이를 재우는 시간도 빨라질 수 있는데 일과는 여유롭게 보내다가 퇴근하려면 그 때부터 업무관련 이야기를 시작하는 철없는 상사도 많습니다. 정해진 퇴근 시간은 6시인데 왜 6시 반까지는 있다가 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우리는 일분 일초가 아깝다고요. 아이 키우는 가정을 위한 사회적인 배려는 갈길이 멀어도 너무 멀었습니다. 

 

 

 

3. 고생길이 뻔하다 : 예전에는 살아보고 애를 낳아봐야 구체적으로 뭐가 힘든지 알 수 있었는데요. 요즘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겪어보지 않은 세상에 대해 미리 알기 쉽습니다. 풍족하지 않은 형편으로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건 너무나도 오래된 이야기고, 지금은 그리 살아봐야 고생길이 뻔하다는 걸 너무 잘알죠. 심지어 자식에게 대물림이 된다는 사실까지 말이죠. 어쩌면 중산층 이하의 젊은이들은 책임감이 강하다고 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신분 상승 하려고 발버둥 쳐봐야 기성세대가 쌓아 놓은 집값과 일자리 등의 장벽을 넘어서긴 힘들고,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하다가 애도 제대로 못 키우고 와이프 눈물짓게 할 바에야 안하는 게 낫다는 거죠. 그래도 시작은 최소한의 수준에서 하고 싶은데, 그마저도 못할 바에야 삶이 더 나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선진국 대한민국 답게 젊은이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거나, 또는 육아와 결혼이 장애물이 아니라 도약의 발판이라도 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겁니다.

 

 

 

 

양육비 등 일반적 문제들을 빼고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되는 점들을 짚어보았는데요. 애 키우는 입장에서 약간은 격앙되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다시 차분하게 집중해보겠습니다.

 

 

 

사상 유례가 없는 합계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유사 사례가 있다면 배워서 준비라도 할 텐데 우리가 선례로 전세계의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죠. 2021년까지 각 부처에서 저출산 관련 예산을 300조 가까이 지출했다고 합니다. 정작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어떤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산은 각 부처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집행 효율이 떨어지고, 출산가정에 와닿을 수 있는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죠.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한 혁신적인 전략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집중은 과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을 다루는데, "이건 좀 과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 정도는 해야 개선할 수 있어"라는 인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주거와 교육, 양육 환경과 비용을 패키지로 다루는 정책이 필요하며, 흩어진 예산을 모아 집중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예산이 더 필요할 경우 각종 공기업의 비효율 개선, 불필요 예산 축소, 기반시설 확장 억제 등만 해도 충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더 낳을 생각이 있는 부모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요. 노인 1인과 아이 1인에게 주는 혜택은 왜 다르게 느껴질까요? 투표권이 없는 아이와 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세상은 여전히 무겁기만 합니다.